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59(5) > 1043049

권 and Kwon: 위대한 의사 이종욱: 한국 최초 국제기구 수장, 제6대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jkma-59-345-g001
"위대한 의사." 영문으로 된 이종욱 평전을 집필한 데스몬드 에이버리가 도입부에 기술한 소제목이다. 2016년은 이종욱 총장께서 돌아가신지 10년이 된 시점이다. 어느 정도 객관적인 평가도 쌓인 상황이라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그의 인생을 통해서 글로벌 보건활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2015년 발생한 메르스로 인해서 신종감염병,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의사들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을 지낸 분이다. 지금 이야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 사무총장인 반기문 총 장이 있기에 다들 국제기구 수장에 대한 느낌이 무뎌있지만 2003년 당시 선거를 통해서 글로벌 보건장관의 역할을 수행 하는 WHO 사무총장이 된 그의 인생은 그 자체가 자수성가요 입지전적 스토리이다. 당시 2003년 발생한 중증호흡기증후군을 통해서 WHO의 역할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었다.
그는 1979년 WHO서태평양지역 사무처에 입사하여 2003년 사무총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당선은 노력, 자질, 열정, 경쟁 그리고 모범적인 삶을 통해서 이루어낸 성과이며 우리나라 의사들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증표이다. 그의 전임 사무총장은 노르웨이 수상을 지낸 인물이었고 경선 당시 경쟁자들은 다른 국제기구 수장, 개별 회원국 보건장관을 지낸 쟁쟁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는 바, 그는 이들을 물리치고 끝내 수장이 된 것이다. 그러기까지 서태평양지역에서 한센병 등 감염병관리, 제네바 본부로 옮긴 이후, 글로벌 백신 대책, 그리 고 결핵 대책을 총괄하면서 착실히 쌓아올린 업적이 총장의 자리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또한 취임 후 이종욱 총장은, WHO 역사에 큰 업적을 두루 남겼다. 2005년 국제보건규칙을 전면 개정한 IHR2005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2005)를 전체 회원국 회의에서 통과시키어 이를 바탕으로 그 후 신종플루 등 각종 감염병 대응에 선방할 수 있었다. 당시 현장에서 토요일 새벽 4시에 가까스로 통과되는 전체 회원국 회의를 지켜본 기억이 생생하다.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은밀하게, 가끔은 유머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막무가내로 버티고 반대하는 회원국들을 제압하는 그 모습에서 이종욱 총장의 엄청난 지도력을 두 눈으로 확인한 바 있다. 담배규제협약 발효도 이종욱 총장 시절에 이루어졌다. WHO 신입사원 선발 시, 흡연자를 배제하여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있었지만 이를 밀어붙이는 과단성까지 보여주었다. 24시간 가동하는 긴급상황실을 설치하고 실제 중대한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상황실을 가동함은 물론 전 세계 상황을 일일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도 이종욱 총장이다. 이는 911 이후 미국의 선도가 있었고 기여가 절대적이었지만 이를 수용하고 밀어붙인 데서 이종욱 총장의 선견지명과 유비무환, 그리고 두루 포용하는 큰 그릇을 보았다.
무엇보다도 그가 남기고 보여준 가장 큰 업적은, 비전을 제시하고 앞장서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지도력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그는 3 by 5 즉, 2005년까지 300만 명의 에이즈 감염자들에게 치료제를 제공하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밤낮없이 노력하였다. 이를 표현하면서 들려준 이야기를 요약하는 그의 말이 바로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이다. 어떤 일을 추진하면서 갖가지 어려움을 핑계로 미리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라는 다짐이다. 하려는 그 일이 옳은 일인지에 집중하라는 말. 자신의 스태프들에게 던진 화두가 아직도 생생하다. 옳은 일에는 지지자들이 모이고 돈이 생기며 성과가 또 다른 지원을 불러온다는 긍정적 생각으로 일에만 집중하고 실천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별명이 여러 가지이지만 WHO 내에서 가장 회자되는 말은 행동하는 사람(man of action)이다.
그는 조국을, 대한민국을 항상 자랑하고 깊이 사랑하였다. 외국 국가 원수 방문 시 환영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직원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 어색함을 무릅쓰고 한국의 사례와 관습을 얘기하였다. 직원들은 무관심해 보였지만 그는 꿋꿋이 한국을 언급하였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작다면 작은 일이지만 본인의 이름 영문 표기도 한국식으로 LEE Jong-wook으로 하였고 주요한 회의에 항상 우리나라 전문가, 단체 등이 참석하도록 유도하였다. WHO 공식차량으로 비록 일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했지만 한국에서 언젠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나오면 언제든 바꾸겠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였다. WHO에서 주도하여 개도국에 개인용 컴퓨터를 공급하는 사업도 이왕이면 한국산 컴퓨터를 공급하면 좋겠다하여 국내 굴지 기업에 제안했건만 거절당한 기억도 새롭다. 물론 외국회사는 제안하자마자 주저없이 바로 기부에 참여하여 이총장을 아쉽게 하였지만 말이다. WHO 본부 앞마당에 권이혁 전 보건복지부장관 방문 기념 식수를 강행하고 현판을 놓은 것도 그의 의지이다. 물론 직원들은 달가워하지 않았고 실무를 추진하면서 무언의 저항을 확실하게 느낀 기억도 생생하다. WHO에 한국이 관련된 시상이 하나도 없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결핵유공자에게 수여하는 고촌상을 제정한 것도 이종욱 총장이다. 물론 실무진들의 집요한 거부를 넘고 넘어서서 이룬 일이다.
이종욱 총장은, 교정이나 연구실이 아니라 생생한 현장에서 의학을 통해서 전 세계인들의 건강을 위해서 노력한 의사이다. 비록 남들이 잘 안가는 길을 걸었고 더구나 한국인이 극히 드문 곳에서 일했지만 항상 당당하였다. 그는 사람을 귀히 여기고 특히 젊은이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미래를 얘기하고 꿈을 가지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는 젊은이들을 사랑했다.
그의 삶은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귀감이다. 아니 앞으로 글로벌, 공공의료에 뛰어들 다음 세대 의학도들에게 모범이 될 것이다. 그가 말하고 보여준 그의 삶 자체가 세계인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이 순간 글을 쓰면서도 하늘에서 쑥스러운 미소를 띄우며 밝게 웃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앞으로도 많은 의학전공자 들이 그가 앞서 걸어간 그 길을 당당히 걸어갈 것이다.
TOOLS
ORCID iDs

Jun-Wook Kwon
https://orcid.org/http://orcid.org/0000-0002-5527-3589

Similar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