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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and Lee: 고혈압의 새로운 진단기준

Abstract

Since the Joint National Committee advocated the definition of hypertension as over 140/90 mmHg in its fourth set of guidelines in 1988, the definition of hypertension as over 140/90 mmHg has seemed to be an undebatable point of dogma. However, surprisingly, in 2017, the new hypertension guideline published by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American College Cardiology/American Society of Hypertension suggested a new definition of hypertension as over 130/80 mmHg. However, the majority of hypertension guidelines, including those of the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and the 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 have retained the traditional definition. Herein, I provide background information regarding the new definition of hypertension and present suggestions on how to harmonize the different definitions and avoid discrepancies.

서론

1988년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 합동재정위원회(Joint National Committee, JNC)에서 수축기혈압 140 mmHg, 이완기혈압 90 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한 이후 고혈압의 정의가 140/90 mmHg 이상인 것은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 명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2017년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가 합동으로 재정한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 돌연 130/80 mmHg 이상을 새로운 고혈압의 기준으로 제시한 후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발표된 대한민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나 유럽의 가이드라인에서는 종전의 140/90 mmHg 이상의 정의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대다수의 국가 가이드라인은 이전과 같은 정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본 종설에서는 고혈압의 정의가 새로 제시된 배경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러한 각국의 정의 차이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최근 각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며 나라에 따라 다르게 고혈압을 정의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며 고혈압의 진단기준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게 되었다. 혈압의 경우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어느 지점(수치)을 임의적으로 나누어 정상과 비정상(고혈압)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는 위험대비효과를 따지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전통적으로 고혈압은 1980년 Rose [1]가 제창한 ‘해당 혈압을 낮추었을 때 이로 인한 위험보다 이득이 큰 것이 증명된 수치’로 정의되고 있었다. 즉 ‘고혈압’은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에 의한 임상 근거로써 약물치료의 효과가 입증되면 그 역치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게 된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임상연구 결과 수축기혈압을 10–20 mmHg 정도, 이완기혈압을 5–10 mmHg 정도 낮추면 뇌졸중은 30–40%, 허혈성심질환은 15–20% 정도 감소하기에 이런 임상연구의 역치가 시작하는 140/90 mmHg을 고혈압의 정의로 이용하고 있었다[2].
그러나 2017년 발표된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의 정의를 이탈하여 혈압으로 인한 심혈관계 위험성이 상승하는 점을 고혈압의 기준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 본 종설에서는 이러한 고혈압의 진단기준의 시대적 변화와 그 배경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고혈압 개념의 정립

지금의 시각으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80여 년 전만 해도 고혈압이라는 개념과 위험성은 정립되지 않았다. 고대 중국과 인도의 의사들 중 진맥을 통해 심혈관계 이상을 탐지하는 것이 고혈압 진료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1800년 중반 영국 Guy 병원에서 근무하던 Frederick Akbar Mahomed 의사가 고혈압이라는 개념을 처음 기술하였다. 당시 높은 혈압은 건강한 사람에서도 발견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고 심장, 콩팥, 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의 개념이었다[3]. 이후 1900년대 초반 수은 혈압계가 발명되고 Korotkoff 사운드를 통해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을 구분해 기술할 수 있게 되면서 건강검진에 혈압 측정은 필수항목이 되었다. 그러나 고혈압은 1960년대까지도 질병인지 생체의 자연적인 현상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자주 기술되는 것이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의무기록이다[4]. 1932년 대선 캠페인 중 선거본부에서는 루즈벨트 대통령의 혈압 140/100 mmHg를 공표하며 정상이라고 홍보하였다. 이에 따라 대통령 주치의를 지명할 때에도 두통, 부비동 문제를 주질환으로 생각하고 이비인후과 의사를 지명할 정도였고, 1935–1941년 혈압이 136/78 mmHg에서 188/105 mmHg로 상승하는 중에도 대통령 주치의는 혈압이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기술하였다. 결국 1945년 4월 12일 뇌출혈로 사망 시 혈압이 300/190 mmHg에 달했음에도 주치의는 원인불명의 사망이었다고 발표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때에도 일부 의사는 이러한 혈압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러한 사건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어 1948년 트루먼 대통령은 National Heart Act를 선포하여 이에 따라 미국심장연구소(National Heart Institute, 현재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의 전신)가 설립되고 높은 혈압을 포함해 심혈관질환의 원인인자를 규명하는 역학연구가 시작되었다[5]. 이와 함께 1947년 미국 심혈관 역학연구의 산실인 Framingham Heart Study가 발족되고 10년간의 연구 후 1957년 160/95 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고 이 혈압군에서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4배 이상 상승한다는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처음 고혈압의 혈압 정의가 제시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100 더하기 자신의 나이 숫자를 mmHg로 표기하는 혈압은 정상범위라고 여기는 실정이었고 고혈압의 치료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 나온 개념이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으로 원래 어원은 연령 증가에 따라 피할 수 없이 발생하는 노화의 일환이라는 의미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마땅한 고혈압 치료방법이 없었고 일부 치료들이 오히려 부작용의 빈도가 높아 노화의 과정에 역행하는 것이 오히려 나쁘다는 인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계산법의 잔재는 아직도 남아 있어 일부의 의학자들은 Swiss BP Rule이라 하여 100 더하기 나이의 절반을 이상적인 혈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6].
그러나 1950년대 후반에 thiazide 이뇨제가 발명되며 혈압의 조절이 가능해졌고 1964년 시작된 미국 재향군인 연구(Multicenter Veterans Administration Cooperative Study)에서 이완기혈압 90–129 mmHg 범위의 고혈압의 조절이 뇌졸중과 심부전 발생은 물론 사망률 감소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혈압을 숫자로 정의하고 이를 목표로 조절하는 전략이 자리잡게 되었다[7].

고혈압 기준의 변화

미국 심장-폐연구소(현재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의 전신)에서는 1972년 고혈압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활동은 JNC를 구성하여 구체적인 고혈압 관리안을 만든 것이다. 이후 1977년부터 2003년까지 7차에 걸친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고 각각의 가이드라인은 중요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고혈압의 정의 및 치료목표를 제시하였다[8].
1977년 첫 번째 가이드라인(JNC 1)이 발표될 당시에는 무작위 임상연구 결과가 거의 없었던 시기였기에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이완기혈압 105 mmHg 이상의 경우에는 누구나 고혈압 약제 치료를 받기를 권장하였으며 이는 고혈압의 정의를 이완기혈압 105 mmHg 이상으로 정의한 셈이다. 당시까지 수축기혈압의 조절효과는 명확하지 않아 수축기혈압에 대한 정의는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정의는 JNC 2 (1980)에서 좀더 강화되고 세분화되어 이완기혈압 90–104 mmHg를 경증, 105–114 mmHg를 중등도, 115 mmHg 이상을 중증 고혈압으로 정의하게 되었다.
부분적이나마 수축기혈압이 고혈압의 기준에 채용된 것은 JNC 3 (1984)에 이르러서였다. 고혈압 기준의 중심은 이완기혈압 90–104 mmHg를 경증, 105–114 mmHg를 중등도, 115 mmHg 이상이 그대로였지만 JNC 3에서는 이완기혈압이 90 mmHg 미만인 경우에 수축기혈압이 140 mmHg 미만일 때를 정상으로 140–159 mmHg 범위의 경우 경계성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으로, 160 mmHg 이상의 경우를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으로 정의하여 고혈압에서 수축기혈압이 처음 정의에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고혈압의 정의도 좀더 강화되어 이완기혈압 90 mmHg 미만에서도 85–89 mmHg 범위는 그 이하보다 위험도와 향후 고혈압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음을 적시하였다.
현재와 같은 이완기/수축기혈압에 근거한 고혈압의 정의 개념이 확립된 것은 JNC 4 (1988), JNC 5 (1993)에 이르러서였다. 이는 1980년대에 이르러 다수의 임상연구들이 발표되기 시작하여 이완기혈압을 90 mmHg 이하로 낮추는 것이 심혈관사건 방어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밝혀져 목표 혈압을 설정한 고혈압 치료전략이 확립되었음을 의미한다[9]. 이에 따라 JNC 5에서는 수축기혈압의 중요성을 확고히 하였다. 특히 고위험군에서는 140/90 mmHg보다 좀더 적극적인 혈압조절의 효용성 역시 강조되었다. 이 시기 이완기혈압의 정의에 대한 주요 연구는 1998년 HOT (Hypertension Optimal Treatment) 연구로 이완기혈압을 85, 80 mmHg 이하로 조절하는 것이 통상적 90 mmHg 이하에 비해 추가적인 방어효과를 보여주지 못해 이후 현재까지도 90 mmHg가 고혈압의 이완기혈압 정의로 사용되는 주요 배경이 되었다[10]. 또 하나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의 치료효과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1991년 SHEP (Systolic Hypertension in Elderly Program) 연구에서 수축기혈압 160 mmHg 이상인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발생 및 사망률 감소효과가 확인된 후 치료의 대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11].
고혈압의 정의에 주요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03년의 JNC 7이었다. 특히 120–139/80–89 mmHg 혈압 범위를 종전의 정상 혈압에서 구별하고 고혈압 전단계로 규정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고혈압 전단계에 대해서는 뒤에 독립된 단락으로 기술하고자 한다.
미국의 고혈압 가이드라인 이외에 1970년대부터 세계보건기구/국제고혈압학회에서는 별도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었고, 2004년까지는 유럽고혈압학회/유럽심장학회에서는 이러한 세계보건기구/국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이용하였다. 그러나 2003년 이후 독자적인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으며 본격적인 가이드라인인 2007년, 2009년, 2013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두 140/90 mmHg을 고혈압의 정의로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가이드라인의 경우 2013년의 개정판에서 본격적인 가이드라인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많은 부분 유럽 가이드라인을 수정 개작하였기에 유럽과 거의 같은 분류를 사용하고 있었다[12].

고혈압 전단계

고혈압 전단계는 2003년 JNC 7에서 처음 제시되었는데 120–139/80–89 mmHg 범위의 혈압을 지칭한다. JNC 7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전단계를 질환 단계를 지칭하는 것이 결코 아니나 이 단계의 혈압자에서는 향후 2–4년에 20% 이상이 고혈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에 생활습관 교정에 힘써야 한다는 계몽적 의미임을 강조하였다[13]. 그러나 이 단계 혈압에 해당하는 사람이 성인 인구의 25–50%에 달하며 이들이 당초의 계몽적 이득보다 질병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초기부터 제기되었다[14].
심리적 불안감과 잠재적 약제 남용의 위험성을 차치하면 고혈압 전단계에서 심혈관사건의 발생이 증가하기 시작함은 분명하다. 특히 120–129/80–84 mmHg 범위보다 130–139/85–89 mmHg 범위에서 심혈관질환의 발생이 유의하게 올라가는데 이에 따라 이 두 군을 분리하여 2013년의 대한고혈압학회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 전단계 1, 2기로 유럽가이드라인에서는 정상/높은 정상으로 분리하여 지칭하기도 했다.
정리하면 혈압에 따른 심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115/75 mmHg 에서 수축기혈압이 20 mmHg, 이완기혈압이 10 mmHg씩 증가함에 따라 2배씩 계속 증가한다[2]. 이러한 결과가 고혈압 전단계인 혈압이 120/80 mmHg 이상인 경우 고혈압의 발생과 심혈관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생활요법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는 배경이다[1516].

2017년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의 새로운 정의

‘고혈압의 정의가 낮아지다.’ 이 어구는 필자가 2003년 JNC 7에서 수축기혈압 120–139 mmHg, 이완기혈압 80–89 mmHg 범위를 고혈압 전단계라고 호칭한 것을 보고 쓴 원고의 제목이었다. 그런데 2017년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가 합동으로 작성한 가이드라인에서 실재로 고혈압의 정의가 종래 140/90 mmHg 이상에서 130/80 mmHg 이상으로 변경되는 ‘사건’이 일어났다[17].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의사가 병을 만든다’는 이반 일리히의 비판적인 말이 생각나는 것도 당연하지만, 이러한 비판에 대비하여 이번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의 측정법,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조절 목표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은 물론 이러한 고혈압 정의가 미국 고혈압 인구에 미칠 역학자료까지 같이 출간하여 최대한의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18].
이러한 고혈압의 정의가 변경된 이유는 미국국립보건원 주도로 시행된 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SPRINT) 결과가 큰 역할을 하였기에 이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19]. SPRINT는 미국국립보건원에서 수축기혈압 130–180 mmHg 사이의 50세 이상 환자로, 뇌졸중을 제외한 심혈관사고의 기왕력이 있거나, Framingham 10년 위험도가 15% 이상, 신여과율 20–59 mL/min/1.73 m2인 만성신질환 환자 등 9,361명의 고위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통상적인 수축기혈압 140 mmHg 이하와 120 mmHg 이하로 더 철저히 혈압을 조절한 군 사이의 심혈관사건 발생을 비교하였다. 표준 치료군과 집중 치료군의 치료 중 평균 수축기혈압은 각각 134.6과 121.5 mmHg였는데 혈압 집중 치료군에서 심혈관사건(심근경색증,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뇌졸중, 급성심부전[해당 질병명으로 응급실/입원실에서 정맥 주사제 치료를 받은 경우], 심혈관 사망)이 25% 적게 나타났고, 총 사망률 역시 27% 적게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134.6 mmHg에 비해 121.5 mmHg이 조절 효과가 입증되었으므로 고혈압의 정의를 130 mmHg로 낮추는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SPRINT에서 적용한 혈압 측정법인 자동 진료실 혈압 측정 방법이 백의 고혈압을 배제함으로써 현재 진료실에서는 이 값에 10 mmHg을 더해 생각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는 주장도 많다. 그러한 주장을 따른다면 진료실 혈압을 기준으로 치료하는 경우 SPRINT의 결과는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에서 치료 목표 혈압은 수축기혈압을 140 mmHg 이하보다 120 mmHg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결론보다는 다소 완화된 130 mmHg 이하로 유지하기를 권유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20]. 또 한가지 근거는 SPRINT 발표 이후 시행된 다수의 메타분석이다. 대표적으로 Xie 등[21]은 19개 연구의 44,989명을 대상으로 통상적 혈압 조절군과 철저한 혈압 조절군 간의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비교하였다. 비록 연구 간에 최종 혈압은 집중 치료군의 118/75–144/82 mmHg, 통상 치료군의 124/80–154/87 mmHg으로 편차가 컸지만 평균적으로 집중 치료군의 혈압이 133/79 mmHg으로 통상 치료군의 140/81 mmHg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양군간 심혈관 사망률, 총사망률, 말기 신부전 발생률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심혈관사건 발생, 심근경색증, 뇌졸중, 당뇨병 합병증의 발생은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되었는데, Ettehad 등[22]은 123개 연구의 613,815명을 분석한 결과 수축기혈압을 10 mmHg 더 낮출 경우 치명적/비치명적 심혈관사건의 발생을 유의하게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하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기저 수축기혈압이 130 mmHg 이상인 군에서도 마찬가지였음을 보고하여 철저한 혈압 조절의 효용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보면 고혈압의 진단기준을 130/80 mmHg로 낮추는 미국의 가이드라인은 강력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외 미국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새로운 지침의 혈압 범주를 보면 1단계 고혈압을 수축기혈압이 130–139 mmHg 또는 이완기혈압이 80–89 mmHg로 규정하였고, 종래의 고혈압 기준이었던 수축기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 mmHg을 모두 2기 고혈압으로 격상된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는 이러한 고혈압의 완화된 기준에 따르면 미국 전체 인구 중 혈압 130–139/80–89 mmHg 범위의 인구 13.7%가 고혈압 인구로 새로이 분류되어 미국의 고혈압 유병률은 31.9%에서 45.6%로 크게 상승하게 되고 약 3,100만 명의 인구가 새로이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비공식적으로 적용해 보면 고혈압 유병률은 약 30%에서 50%로 환자수는 1,000만 명에서 1,650만 명으로 증가되는 양상을 보인다. 미국에서는 의료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고혈압 환자의 증가에 따라 약제 부담이 증가하더라도 이를 통해 심뇌혈관질환이 예방된다면 경제적 이득이 있어 사회적으로 부담 가능한 건강비용이라고 산정하고 있지만, 이전에 고혈압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사람이 고혈압 환자로 새로 분류됨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나 실손보험 가입 거절, 사회에서 부지불식간에 겪을지 모르는 사회적 불이익 등의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점이다[2324].

2018년 대한고혈압학회와 유럽심장학회/유럽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정의

2018년 5월의 대한고혈압학회, 6월의 유럽고혈압학회에서 각각 2013년 이후 5년만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었다. 2017년 미국심장학회/미국고혈압학회에서 고혈압의 진단기준을 130/80 mmHg으로 제시하여 큰 충격을 주었기에 두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은 과연 고혈압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가였는데 두 학회 모두 이전 2013년 가이드라인과 같은 정의와 분류를 유지하였다. 그러나 내실적으로는 이전의 가이드라인에 비해 고위험군의 치료 목표 혈압을 대부분 130/80 mmHg 이하로 설정함으로써, 만약 고혈압의 치료 목표를 최소한 진단기준 혈압보다 낮추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실질적으로는 진단기준이 130/80 mmHg로 낮아지는 것과 비근한 효과를 나타내게 되었다. 즉 미국의 가이드라인에서는 ‘고혈압의 진단기준 혈압 = 고혈압의 1차적 치료목표 혈압’이라는 종례의 원칙이 유지된다면, 유럽과 우리나라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진단기준은 140/90 mmHg이지만 치료목표의 경우 고혈압의 정의보다 더 낮은 혈압까지 낮추기를 권유하는 ‘고혈압의 진단기준 혈압·고혈압의 1차적 치료목표 혈압’ 양상이 나타나는 문제점을 감수하고 종전 기준을 유지한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고혈압 진료가이드라인의 혈압 분류는 Table 1과 같다. 현재까지의 임상시험의 근거를 바탕으로 수축기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확장기혈압 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수축기혈압과 확장기혈압 모두 120 mmHg과 80 mmHg 미만일 때를 정상혈압으로 분류하는데 정상 혈압은 임상적으로 심뇌혈관 위험도가 가장 낮은 최적혈압으로서, 고혈압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사용된다[25]. 반면 수축기혈압이 120–129 mmHg 그리고 확장기혈압이 80 mmHg 미만일 때는 주의 혈압으로 분류한다. 고혈압 전단계는 수축기혈압이 130–139 mmHg이거나 확장기혈압이 80–89 mmHg인 경우로 정의한다. 확장기혈압이 90 mmHg 미만이면서 수축기혈압만 140 mmHg 이상으로 상승된 혈압은 수축기단독고혈압이라 한다. 고혈압은 혈압의 높이에 따라 1기 고혈압과 2기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전술한 바와 같이 고혈압 전단계 구분이 고혈압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계몽의 의의가 충분하기에 이전과 같이 유지하였다. 그러나 주의 혈압의 경우 과연 어떻게 대중들에게 이야기해야 하는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혈압에서 분리해서 주의혈압을 설정한 이유는 전국민에서의 차지 비중은 정상혈압 45%, 고혈압 전단계 19%에 비해 약 6%로 적으나 심혈관질환의 과거력, 고위험군에 포함되는 분율이 심지어 1기 고혈압보다도 높은 특징적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이해되지 않으나 주의 혈압에 해당하는 20세 이상 인구의 평균연령이 55.7세로 정상군에 비해 약 12세, 고혈압 전단계 군에 비해 약 7세, 1기 고혈압 군에 비해서도 2세 가까이 높은데서 기인한다. 이에 따라 이들 수축기혈압 120–129 mmHg, 이완기혈압 80 mmHg 이하 인구를 정상으로 분류하기에는 위험률이 다르기 때문에 따로 구분한 것인데, 50대 이후 인구에 많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혈압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정도로 설명하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반면 고혈압 전단계의 경우 상당히 높은 확률로 고혈압으로 진행함은 물론 자체적으로도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상승하는 혈압 범위이기 때문에 “고혈압 약만 안 드신다뿐이지 고혈압 환자와 똑같은 정도로 운동하고, 살 빼고, 싱겁게 드셔야 합니다”로 강하게 생활습관 교정을 유도해야 한다.

결론

본론에서 다루었던 고혈압의 시대적 정의를 Table 2로 정리하였고, 특히 최근 미국, 유럽, 우리나라의 고혈압 분류를 Table 3으로 정리하였다. 2018년을 사는 우리에게는 1960년대의 사람들이 100 더하기 자신의 나이 숫자를 mmHg로 표기하는 혈압이 정상 범위라고 생각한 것이 미개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현재에도 일부의 의학자들은 Swiss BP Rule이라 하여 100 더하기 나이의 절반을 이상적인 혈압이라고 칭하기도 한다[6]. 이 공식을 적용해보면 40세의 정상혈압은 120 mmHg, 60세는 130 mmHg, 80세는 140 mmHg으로 아주 적절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이 현재의 개념이다. 지금의 시점에는 140/90 mmHg이 당연한 고혈압의 정의이고 130/80 mmHg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10여년 뒤에는 현재의 우리를 미개인처럼 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지 않기 이해서는 최근 미국심장학회에서 고혈압의 정의를 130/80 mmHg으로 변경한 것은 고혈압의 조절률이 10여 년간 답보 상태인 것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며,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에서 140/90 mmHg의 종전 기준을 유지하는 이유가 환자의 불안감이나 사회의 차별 등의 손실이 이득보다 높다는 판단에서라는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2017년 미국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140/90 mmHg에서 130/80 mmHg으로 낮추었고, 2018년 대한고혈압학회와 유럽고혈압학회는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90 mmHg으로 유지하여 고혈압의 정의에 대한 혼란이 발생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140/90 mmHg이라는 고혈압의 진단기준이 정립될 때까지의 역사와 근거가 되는 연구결과들을 잘 정리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고혈압의 기준을 130/80 mmHg으로 낮춘 근거 또한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유럽의 진료지침 모두 고위험군은 130 mmHg 이하를 목표로 적극적인 혈압강하를 권고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논문은 각국의 진료지침이 다르게 발표되어 혼란이 초래된 고혈압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고혈압 관련 진료에 많은 도움을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Figures and Tables

Table 1

BP classification according to 2018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jkma-61-485-i001

BP, blood pressure.

Table 2

Temporal change of the definition of hypertension

jkma-61-485-i002

JNC, Joint National Committee; ESC, 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H, 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 KSH,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 ACC,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SH, American Society of Hypertension.

Table 3

Comparison of blood pressure classification between various guide-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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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P, systolic blood pressure; DBP, diastolic blood pressure; JNC, Joint National Committee; KSH, Korean Society of Hypertension; ACC,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AHA, American Heart Association; ESH, 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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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ID iDs

Hae-Young Lee
https://orcid.org/0000-0002-9521-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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