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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and Kim: 전공의 근무환경과 환자안전: 너무 아픈 수련은 수련이 아니었음을

Abstract

The current working conditions of medical interns and residents in South Korea pose dangers to patient safety as well as to staff health. A national survey in 2014 showed that interns/residents worked an average of 93 hours per week. The prevalence of physical and verbal violence experienced by medical residents in the preceding 12 months was reported as 13.1% and 61.5%, respectively. Furthermore, sleep deprivation due to long working hours was strongly associated with a high risk of committing 'near miss errors'. An act to govern the working environment of interns/residents was established in 2015 and stipulates a maximum working hours of 88 hours per week. This is an important step toward improving patient safety and intern/resident health in South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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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대한의사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수련중인 전공의는 15,000여 명에 달하며 이 숫자는 한국의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전체 의사의 15%에 해당한다 [1]. 그러나 전공의들이 어떠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또 이들의 건강상태는 어떠한 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었다.

2014 전공의 근무환경 조사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2014 전공의 근무환경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전공의들은 일주일에 평균 93시간을 일하고 있었다[2]. 수련연차별로 나누어 보면 주당 노동시간이 인턴은 116시간, 레지던트 1년차는 103시간이었다. 새삼스럽게 말하지만, 일주일은 총 168시간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한 한국이지만 전공의의 노동시간은 한국인들조차 쉽사리 짐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장시간 근무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환자로부터, 지도교수와 상급 전공의로부터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난 3개월간 인턴의 13.1%가 직장에서 신체적 폭력, 61.5%가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여성 인턴의 27.5%는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레지던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많이 아팠다. 동일 연령대의 일반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요통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9배(67.9% 대 8.3%) 높았고, 불면증이나 수면장애로 시달린 경우 빈도가 22배(48.3% 대 2.2%) 높았다. 특히 정신건강은 심각했다. 여성 레지던트 중 12.6%가, 남성 레지던트 중 9.3%가 지난 1년간 자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우울증상의 유병률도 남녀 모두에서 같은 연령대 일반 전일제 노동자 집단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높았다.
장시간 근무와 폭력적인 근무환경이 전공의들의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본 연구팀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주당 120시간 이상 일하는 전공의는 60-79시간 일하는 이들에 비해서 우울증 발생위험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3], 여성 레지던트에서 성희롱과 언어폭력 경험이 있는 경우 우울증상의 유병률이 각각 1.7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4]. 이는 국외에서 진행된 다양한 연구들과 일관된 결과이다.
그러나, 이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대중들은 쉽사리 공감하지 못했다. 전공의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그래서 이렇게 많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면 많은 이들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몇 년 그렇게 고생하고 나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이 열리니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니 수련과정에서 힘들어도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들도 다 알고 선택한 것이니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장시간 노동과 환자안전

그런 사회적 논의들이 놓치고 있는 지점이 있다. 그것은 '전공의들이 지금처럼 일할 때, 과연 그들이 진료하는 환자는 안전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되고 있지 못하지만, 1999년 발표된 미국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의 보고서는 의료과실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최소 4만4천 명이 넘는다고 추정하였다[5]. 이는 단일 사망원인으로 8위에 해당하며, 교통사고나 유방암 등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 숫자보다 높은 수치이다. 더 나아가 2013년 출판된 논문에서는 이러한 추정치가 최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최소 21만 명 이상의 환자가 의료과실로 매년 사망하고 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6]. 해외의 여러 연구들은 이러한 의료과실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장시간 노동을 비롯한 열악한 근무환경을 오래 전부터 주목하고 그 연관성을 검토하는 연구를 수행해왔다[789].
그러나, 한국 사회에는 아직까지 전공의의 근무환경이 환자안전에 대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된 바가 없었다. 관련 연구들이 활발히 수행된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현격히 높은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을 감안할 때, 의료과실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역학연구가 수행된 바는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2014 전공의 근로환경 조사'에서는 인식된 환자안전을 측정했다. 그중 특히 주목할만한 내용은 '지난 3개월간, 귀하는 의료과실을 실제로 저지르지 않았지만 저지를 뻔한 적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이용해 측정한 아차사고(near miss error)였다. 아차사고는 자신의 실제 의료과실을 정확히 보고하기 꺼려하는 의료진의 특성을 감안하여 환자안전 연구에서 사용되는 변수이다. 인턴의 65%가, 레지던트의 41.1%가 지난 3개월간 아차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1]. 그렇다면 한국에서 만성적으로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에서 아차사고의 위험은 어떠할까? Figure 1은 그 결과를 보여준다. 다양한 잠재적 교란인자를 보정하고도 하루 평균 5시간 미만으로 잠을 자는 전공의는 하루 7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한 전공의와 비교하여 환자 진료와 관련하여 아차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 (교차비 2.20, 95% 신뢰구간 1.54-3.16). 이 결과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전공의가 의료과실을 저지를 위험이 높아진다는 간단하지만 명확한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전공의 특별법, 의사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한 첫 걸음

2015년에 제정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 특별법)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주당 근무시간을 4주 평균 80시간, 그리고 교육적 목적에 의해서만 1주일에 8시간을 추가로 허용하여, 근무시간의 실질적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또한 근무를 마친 후, 다음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과목과 병원에 따라 달랐던 전공의 근무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생긴 것이다. 특히 이러한 전공의 근무환경에 대한 주요 조항을 수련병원이 위반할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하고 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강제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전공의 특별법에 대한 반응은 여러 면에서 뜨겁다. 근무시간이 제한되는 전공의로 인해 의료진을 더 고용해야 하는 수련병원들은 닥쳐올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한 전공의 당사자 중에서는 주당 80시간이라는 근무시간 자체가 일반 노동자들과 비교할 때 지나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가혹한 처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근무시간이 줄어들게 되었을 때, 전공의들 수련의 질을 어떻게 담보하고 또 향상 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존재한다.

결론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인 동시에, 의료진들이 일하는 직장이기도 하다. 의료진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해야,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전공의 특별법 제정은 그동안 수련의 이름으로 가혹한 노동시간을 감내하며 스스로의 건강을 챙길 수 없었던 전공의들과 그들이 돌보는 환자들의 안전을 위한 중요한 변화이다. 장기적으로 전공의 특별법이 사문화된 법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지원과 감시가 함께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장시간 근무와 함께 많은 전공의들을 괴롭히는 환자, 보호자, 상사로부터 경험하는 직장 내 폭력에 대한 제도적 대책도 향후 마련되기를 바란다.

Figures and Tables

Figure 1

Association between sleep hours per day and near miss error over the past 3 months among medical interns/residents in South Korea (n=1,784).

Adjusted for age, sex, income, marital status, region, medical specialty, training year, questionnaire type, and hospital type.
CI, confidence inter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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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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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im SR, Kim SS, Kim JY. Working condition, health and per-ceived patient safety among doctors in training: 2014 Korean interns & residents survey. Health Soc Welf Rev. 2015; 35:584–607.
3. Kim JH, Yoon J, Kim SS. Association between long working hours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interns and residents in South Korea: 2014 Korea interns & residents survey. J Korean Soc Occup Environ Hyg. 2015; 25:236–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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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Kim JH, Kim JY, Kim SS. Workplace violence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medical residents in South Korea: 2014 Korean interns & residents survey. Health Soc Sci. 2015; 39:7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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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Friedman RC, Bigger JT, Kornfeld DS. The intern and sleep loss. N Engl J Med. 1971; 285:20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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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CID iDs

Seung-Sup Kim
https://orcid.org/http://orcid.org/0000-0003-1830-0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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