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57(2) > 1042773

김, 권, 한, 허, 안, Kim, Kwon, Han, Heo, and Ahn: 한국 의사가 바라본 의사의 사회적 역량: 의사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Abstract

Medicine is the practice that occurs in the context of the society. It requires interaction with individual patients, fellow doctors and other health care professionals, health care officials, public, institution, and the society as a whole. To date, medical practice in Korea has largely been concentrated on applying biomedical knowledge and skill to a patient. We defines 'social competency' as 'competency for medicine as a social institution.' This survey aims to grasp the current situation of Korean doctors' perception on social competency, in terms of necessity, satisfaction, learning experience, and possible intervention. Respondents generally recognized the necessity of social competencies but were not satisfied with their demonstration of those competencies. Competencies for 'understanding on law and institution' and 'communication' were perceived highly necessary. General satisfaction and each satisfaction rate on individual competencies were all below 'neutral,' showing their dissatisfaction. Especially, doctors assess their fellow doctors' competencies for 'understanding on law and institution' and 'understanding on human being and society' at the lowest level. The mismatch between perceived necessity and satisfaction shows the legitimate ground for educational intervention. The proportions of respondents who have learned on each domain of social competency were all below 70%. Learning experience on self-management and leadership was the least. Among possible remedy for low social competency, respondents perceived 'improvement on national health insurance' and 'improvement on resident training program' as the most urgently needed. The data from this preliminary survey can be utilized for educational and institutional intervention in the future.

서론

역량바탕학습(competence based education)은 교육과정의 설계와 평가, 정착과 설계를 역량의 틀을 바탕으로 하여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12]. 이때 역량은 단일한 요소로서의 역량(competence), 복수 개념의 역량들(competencies, 어떤 특정한 능력의 요소가 되고 있는 구체적인 지식 술기 태도의 요소들)로도 쓰일 수 있고 이것들이 모인 넓은 의미의 역량(competency)으로도 쓰일 수 있으나[3], 우리 말에서는 단수와 복수의 구분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므로 각각의 경우에서 구분 없이 역량이라고 표현하며, 사회적 역량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사용한다.
이러한 역량바탕학습의 기본 틀을 바탕으로 의사들이 사회와 관계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역량을 '사회적 역량'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 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의료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자리매김하면서 의료전문직, 특히 의사가 사회 안에서 해내야 하는 역할은 의학적 지식의 적용을 넘어서 더욱 확장되게 되었다. 의료(medical practice)는 본질상 실천(practice)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실천은 사회라는 장 안에서 이루어 진다. 따라서 의사들이 개별 환자, 사회 구성원들, 제도, 전체 사회와의 상호관계 속에서 필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의료가 제대로 펼쳐질 수 있는지 여부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의사의 역할을 개별 환자와 의사 간의 치료적 관계만으로 한정할 경우, 게다가 이를 생의학적인 관점만으로 접근할 경우, 질병을 치료하는 능력이라는 임상적 역량(clinical competence)에만 주안점을 둘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임상적 역량과 비임상적 역량의 구분이 자의적이긴 하지만, 연구진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포괄적 역량·역할[4] 중에 임상적 역량 이외의 부분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회적 역량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즉, 사회적 역량이란 '사회적 제도로서의 의료를 위한 의사의 역량'을 의미한다.
일대일 환자-의사의 치료적 관계 내에서 벌어지는 질병의 치료 이외에 환자를 비롯한 전체 사회와의 의사소통, 법·제도나 사회전반에 관한 이해에 바탕을 둔 윤리 및 의학전문직업성, 이를 위한 지속적인 자기계발 등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의학교육학계에서도 이러한 필요에 맞는 의료전문직을 양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5678]. 진료실에서의 신뢰의 상실과 일부 이에 기인한 언론의 의사 때리기(doctor bashing) 등은 의료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서 정작 의사들의 의견은 배제되는 현상을 부추긴다. 노령화 등 사회변화에 따라 의료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 변화의 가운데 의사들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합리적 여건을 보장받고 환자 치유라는 직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능동적 사회 참여를 위한 역량이 필요하다. 이렇듯 변화한 사회조건과 이에 따른 요구를 인지하고, 의사들의 현재 역량 상태와 그 요구 간의 간극을 인지하는 것은 새로운 교육과정의 구성을 위하여 필수적이다[9]. 본 작업을 위하여 사회적 역량의 목록을 추출하고 현재 의사들의 수준을 측정하는 기초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기존의 연구들에서 좋은 의사나[101112] 의사의 실천 전반의 역량을 다루고 있으나[167], 사회적 역량이라는 영역에 한정되어 접근한 경우는 없으며 의사의 전반적 역할과 역량에 대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총체적 사회적 역량 중 단일한 역량 목록인 의사소통능력이나[1314] 자기 성찰 능력[15], 의학전문직업성[1617]을 각기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의(medicine) 그 자체의 본성 상 실천(practice)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의료전문직의 역량에 의사소통자, 교수자, 옹호자 등의 역할을 포함시키고 있는 서구의 맥락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진료실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의과학 지식을 환자의 질병에 적용하는 능력이 주로 강조되던 한국의 맥락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역량을 강조하고 진흥하고자 하는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 이러한 기존 연구와는 다른 연구가 기획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는 의사의 사회적 역량에 관한 기초연구로서 문헌 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통하여 사회적 역량의 목록을 추출하고, 그 목록을 바탕으로 현재 의료인들이 인지하는 사회적 역량의 수준과 필요성, 이와 관련한 학습 경험의 유무, 역량의 증진을 위한 방안 등을 도출해 내고자 한다.

연구의 대상 및 방법

1. 조사대상

2013년 1월부터 2월에 걸쳐 의학교육학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의사 2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다. 웹메일을 통하여 일차적으로 자발적으로 참여를 받았으며, 이후 Facebook 등 설문조사 독려를 통하여 설문조사 온라인 페이지에서 설문을 받았다. 설문 배부는 총 601부였으며, 응답자는 총 288명으로 응답률은 47.9%였다. 응답자의 구성은 Table 1과 같다.

2. 조사도구

의사들의 사회적 역량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도구로서 설문지를 개발하는 단계는 두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먼저 국내외의 선행연구에서 드러난 의사의 포괄적인 역량과 역할 중, 사회적 역량의 조작적 정의에 해당하는 바를 추려냈다[141819202122]. 이를 통하여 각 문헌에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항목이면서 사회적 역량에 해당하는 역량들이 대략적으로 도출되었다. 두 번째 단계로 도출된 목록 대하여 의대교수, 개원의, 의료정책전문가 등 관련분야에서 경험이 있는 이들 13명이 이를 검토하여 국내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였다.
최종적으로 '법률과 제도의 이해,' '프로페셔널리즘과 윤리,' '자기관리,' '리더십,' '의사소통,' '인간과 사회의 이해'라는 6범주와 하위항목 30개 역량이 도출되었다. 30개 하위항목과 6개의 범주를 선정할 때에는 환자의 만족도와 의료의 질적 향상과의 직접적 연관성 여부와 교육학적 필요성을 그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이 목록을 통하여 도출될 필요성 인식과 만족도라는 현황 분석이 교육적 개입이 필요한 지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따라서 여러 단계의 의학교육에서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렇게 도출된 목록을 토대로 응답자가 각 세부항목이 의사들에게 필요하다고 인지하는 정도를 5점 척도(1, 전혀 필요하지 않음; 2, 별로 필요하지 않음; 3, 보통; 4, 어느 정도 필요함; 5, 매우 필요함)로 표시하도록 하였다.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만나는 의사들을 볼 때 사회적 역량의 전반적 발휘의 정도에 관한 만족도를 5점 척도로 묻고, 각 세부항목의 역량을 얼마나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하는지 세부 항목 만족도를 5점 척도(1, 전혀 만족하지 않음; 2, 별로 만족하지 않음; 3, 보통; 4, 만족함; 5, 매우 만족함)로 표기하게 하였다. 교육경험과 시기에 대하여 6개의 범주 별로 물었다. 학습경험이 있다면 그 시기가 언제인지(의과대학 입학 이전, 의과대학 시절, 전공의 시절, 전문의 취득 이후)를 표기하도록 하였다. 사회적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개입할 수 있는 주체와 각각의 이슈들에 대하여 중요도를 물었다(1, 전혀 중요하지 않음; 2, 중요하지 않음; 3, 보통; 4, 중요함; 5, 매우 중요함). 설문도구의 신뢰도는 Cronbach α=0.93(필요성), 0.92(만족도), 0.79(진흥요소 중요도)이었다. 5점 척도로 물은 항목에 대하여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구하였다.

3. 결과

1) 의사의 사회적 역량의 필요성과 만족도

연구자들이 제시한 6범주 30개 세부항목의 사회적 역량에 대하여, 설문에 답한 의사들이 인지한 필요성과 현재 그 해당 역량의 보유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Table 2와 같다. 각 항목이 의사들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5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하였을 때 절반 이상의 세부항목에서 4점(어느 정도 필요함) 이상의 점수로 답하였다. 각 범주 별 평균 점수는 '법률과 제도의 이해' 4.36, '프로페셔널리즘과 윤리' 4.31, '자기관리' 4.26, '리더십' 3.99, '의사소통' 4.32, '인간과 사회의 이해' 3.59로 모두 3점(보통) 이상의 점수로 필요하다는 답이 나왔으며, 그 중 4범주, '법률과 제도의 이해,' '프로페셔널리즘과 윤리,' '자기관리,'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 필요함 이상으로 평가하였다. 세부 항목 중에 의사들이 가장 높은 평균점수로 필요성을 평가한 항목은 '환자와의 의사소통 능력'(4.72±0.52)이었고 가장 낮은 점수로 필요성을 평가한 항목은 '문학·예술에 대한 이해'(3.27±0.91)이었다.
사회적 역량의 필요성에 관하여 전반적으로 보통 이상으로 인정한 데에 반해 역량의 발휘에 관한 만족도에 관해서는 모든 세부항목과 범주 별 평균에서 보통(3점) 이하로 평가하였다. 사회적 역량의 발휘 수준에 대해서 전반적인 만족도를 5점 척도로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균은 1.89±0.72로 2점(만족하지 않는다) 이하였다. 각 범주 별 평균 점수는 '법률과 제도의 이해' 2.38, '프로페셔널리즘과 윤리' 2.60, '자기관리' 2.63, '리더십' 2.49, '의사소통' 2.58, '인간과 사회의 이해' 2.17로 모두 3점(보통) 이하의 점수로 역량의 발휘에 관한 만족도를 평가하였다. 세부 항목 중에 의사들이 가장 높은 평균점수로 만족도를 답한 항목은 '시간관리 능력'(2.94±0.90)이었고 가장 낮은 점수로 만족도를 답한 항목은 '사회(언론 등)와의 의사소통 능력'(2.02±0.80)이었다.

2) 사회적 역량 학습경험

사회적 역량의 학습 경험 유무와 그 시기에 관한 결과는 Table 3와 같다. 사회적 역량에 대하여 교육을 받거나 본인이 스스로 학습한 경험이 있는지의 여부와 만일 경험이 있다면 그 시기가 언제인지 물었을 때, '법률과 제도의 이해'에 관하여는 68.1%가 학습경험이 있다고 답하였고 그 중 82.7%는 의과대학 시절에 해당하는 학습이 일어났었다고 답하였다. 그 다음으로 많은 분율(8.2%)는 전문의 취득 이후에 법률과 제도 이해에 관한 학습이 일어났었다고 답하였다. '프로페셔널리즘과 윤리'라는 사회적 역량 영역에 대해서는 53.5%가 학습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46.5%는 학습경험이 없다고 답하였다. 해당 학습경험자들 중에는 해당 영역에 대해서 의과대학 시절(63.6%)과 전문의 취득 이후(19.5%) 에 학습이 일어났다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자기관리'에서는 가장 낮은 분율인 30.6%의 응답자만이 학습경험이 있다고 답하였고 나머지 69.4%는 학습이 일어난 바가 없다고 답하였다. 자기관리 학습경험이 있는 응답자들 중의 가장 많은 분율(30.7%)은 그 시기로서 전문의 취득 이후를 꼽았고, 그 다음을 따르는 분율(27.3%)은 의과대학 시절에 학습이 일어났다고 답하였다. '리더십' 영역에서 학습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8.2%였고 나머지 61.8%는 경험이 없다고 답하였다. 경험이 있는 이들 중 36.4%는 전문의 취득 이후, 25.5%는 의과대학 시절에 이를 학습했다고 답하였다. '의사소통' 영역의 학습경험의 유무에 대하여 54.5%가 경험이 있다고 하였고, 45.5%가 경험이 없다고 하였다. 학습경험에 '예'라고 답한 이 중 42.0%는 의과대학 시절, 29.3%는 전문의 취득 이후에 학습을 하였다고 답했다. '인간과 사회의 이해'에 관하여 학습한 바가 있는 응답자는 50.3%, 없는 응답자는 49.7%로 학습 경험이 있는 이들 중 49.7%는 의과대학 시절에, 18.6%는 의과대학 입학 이전에 이를 학습하였다고 답하였다.

3) 사회적 역량 증진을 위한 요소의 중요도

사회적 역량 증진을 위한 각각의 요소들에 관한 중요도 평가는 Table 4에서와 같다. 의사들의 사회적 역량을 증진하는 데에 기여할 만한 여러 요소들 중, 의사들이 인지하기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물었을 때, 연구진이 제시한 모든 요소에서 보통 (3점)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중, '저수가 등 건강보험제도 개선'에 관한 중요도 평가가 평균 4.69±0.60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뒤로 평균점수가 높았던 요소는 '전공의 수련 제도 개선'이었다(평균 4.59±0.64). 면허관리 제도의 개선이 응답자들에게서 가장 낮은 평균점수로 중요도가 평가되었고(3.56±1.03), 의료의 공공성 강화가 그 다음을 이었다(3.60±1.137).

고찰 및 결론

현재까지의 의학교육은 의사의 역량 중 특히 생의학 지식과 임상술기에 치중하여 왔다. 그러나 생의학 지식의 적용뿐 아니라 개별 환자를 치유하고 동료들과 소통하며 자기 자신을 계발하고, 환자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 대중을 교육하며, 제도 안에서 의료를 실천하고 그 실천이 온전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일련의 행위는 모두 의(medicine)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로서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의학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의사의 포괄적 역할의 실재를 인정하고, 이를 적절하게 실현하기 위한 역량을 강조해 왔다[1223]. 이는 의학교육이 점차 국제화되고 의사들의 국가 간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표준화된 의사 역량이 강조되고 한국의학교육에서도 동일한 목표가 달성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을 더한다[424]. 의학 전문직업성 교육 및 인문사회의학 교육[582526272829] 등이 목표하는 바 또한 이러한 측면의 역량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관한 인지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의사의 포괄적 역량 중에서 생의학적 지식과 술기의 적용이라는 이른바 임상적 역량 이외에 '사회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또 장기적으로는 교육적 개입을 체계화하기 위하여 구성되었다. 의사들 스스로 의사로서 필요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라고 평가하고 있는 역량이 있다면 이 지점이 바로 여러 형태와 단계의 교육적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지점일 것이다. 또한 역량이라는 개념이 맥락 의존적이라는 점에서 그 역량을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는 맥락에 대한 인식 또한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의 설문은 의사의 사회적 역량을 진흥하기 위하여 교육적인 개입, 더 넓게는 제도적인 개입으로 무엇이 가능할 것인가 추론할 만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응답자들은 사회적 역량 세부항목들에 대하여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자신의 동료들이 그 역량을 어느 정도 발휘하고 있는지를 물었을 때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5점 척도에서 전반적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과 세부 항목에 있어서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현상 모두에서 확인 가능하였다. 이 결과는 의사들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과 그 업무가 이루어지는 환경으로부터 요구되는 역량이 교육을 통하여 충분히 획득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9]. 특히 '의사소통' 범주의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의(medicine)의 실천에 있어서 의사소통 기술의 중요성은 여러 문헌에서 강조되어 왔으며, 치료 성적이나 의료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점 또한 지적된 바 있다[143031]. 본 설문에 응답한 의사들 또한 '환자와의 의사소통 능력'을 의사에게 필수적인 사회적 역량으로 인정하고 있었으나(평균, 4.72±0.52; 중요함, 4 점 이상), 이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졌다(평균, 2.86±0.85; 보통, 3점 이하). 이 측면의 역량에 대한 교육적 개입이 필요하고, 또 상대적으로 저항감 없이 수용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사회(언론 등)와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서는 모든 세부항목 중에 가장 낮은 만족도를 표했는데(2.02±0.80),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의사소통 교육 주제의 폭을 넓히는 것이 유의미할 것이다.
범주 별로 살펴 보았을 때 '법률과 제도의 이해'에 관한 중요도 평가에서 항목 평균 점수가 가장 높았고, 만족도는 보통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반하여 '인간과 사회의 이해'에 관하여는 그 필요성을 '보통' 이상으로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타 범주의 세부항목들에 비하여 그 필요성을 비교적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교육 경험을 토대로 한 Jeon [32]의 분석과 일치하게, 법률이나 제도, 의사소통, 프로페셔널리즘과 윤리 등은 의과대학 교과과정 내에 도입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반면, 의철학, 의사학이나 문학, 예술과 의학을 접목한 교과목과 같은 경우에는 도입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는 선택과목 등으로 도입할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다.
학습경험의 유무의 경우, '법률과 제도의 이해,' '의사소통,' '프로페셔널리즘과 윤리,' '인간과 사회의 이해'의 범주에서 학습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50% 이상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역량 또한 의사의 포괄적 역량 중 필수 불가결하며 대부분의 응답자가 이를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분율을 만족스러운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학습경험이 있는 이들이 50% 이상인 항목에서는 공통적으로 학습경험이 의과대학 시절에 일어났다고 답한 분율이 높았다. 실제로 의과대학 시절에 한정되어 필요한 역량에 관한 학습이 일어났거나, 그 이후에도 학습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이지 않아서 응답자들이 이를 학습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따라서 졸업 후 교육이나 지속적 전문직업성 개발의 측면에서 다음의 역량들을 체계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Kim 등[33]의 연구에서 의사 연수교육의 내용은 대부분 최신의학정보로 한정되어 있으며 인문사회의학이나 의료정책의 부분은 미미하다고 나타났다. 생의학적 지식과 술기의 전달로서의 CME (continuing medical education)보다 확장된 의미로서 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를 연수교육의 목적으로 정의한다면[34], 사회적 역량에 관한 교육이 의학교육의 연속적 단계에서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
역량이라는 개념이 맥락 의존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때[35], 외적 요소에 대한 평가는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역량이 능력과 과제, 그리고 그 과제가 펼쳐지는 의료 체계와 임상 맥락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진술이므로[3637] 한편으로는 개인 외적인 환경에 따라 역량이 형태 잡혀야 하며 또 한편으로는 역량이 적절하게 발휘될 수 있도록 환경이 구성되어야 한다. '저수가 등 건강보험제도 개선'이 응답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평가된 요소라는 점은 현행 제도가 의사의 사회적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의료체계라는 의사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면허관리 제도의 개선'은 보통 이상의 중요도로 평가되었으나 다른 요소들에 비해서는 낮은 점수(3.56±1.03)로 평가되었다. 면허제도 개선이나 재인증(revalidation)제도의 엄격화에 대한 두려움에 관하여 Levinson [38]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의료체계로부터 의사를 잃게 되는 것에의 두려움, 기대치 상승에 대한 두려움 등을 가능한 원인으로 꼽으면서, 이러한 두려움이 제도의 전환에 있어서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맥락에서 면허관리 제도의 개선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중요도를 배정한 응답자들의 답변을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며, 앞으로 면허관리 제도의 개선과 관련한 정책 구상과 시행을 할 때에 해당 제도 개선의 궁극적 목적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그 방법에 대한 고려, 홍보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사회적 역량에 관한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이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하여 구성된 기초적인 연구로서 몇몇 제한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대상자 집단 구성의 편향됨이다. 2개월에 걸친 웹메일의 배부와 회수라는 기본적인 방식에 Facebook으로 연구참여 독려를 받은 이들이 온라인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답변을 한 추가적인 방식을 더했기 때문에 수거된 288명의 답변이 전체 의사들을 대변한다고 하기 어렵다. 또한 웹메일 배부의 대상 또한 의학교육학회와 전공의협의회라는 특정한 집단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의대교수라든지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타 직책 구성원들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둘째, 사회적 역량의 개념과 그 세부 항목에 관한 타당성 검증이 앞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의사의 포괄적 역량에 관한 기존의 문헌들을 검토하여 본 연구의 역량 목록을 도출해 냈으나, 기초 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구 문헌이 생성된 배경과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과 역사가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안된 사회적 역량이라는 개념과 세부 내용의 타당성은 우리나라 맥락 안에서 추후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제한점들은 본 연구에서 제시된 사회적 역량에 대한 의사들의 인지를 일반화하는 데에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연구진이 사회적 역량이라고 개념화한 의사의 역량에 대한 필요성과 만족도의 자료는 한국 의사들의 현황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미래의 의학교육과 의료제도의 개선에 시사점을 던진다. 모든 역량의 범주와 세부항목에서 의사들은 사회적 역량의 필요성을 보통 이상으로 인지하고 있었으나, 만족도에서는 보통 이하로 만족하고 있었다. 특히 '의사소통'이나 '법률과 제도에 관한 이해' 부분에서 필요성을 높게 인지하고 있었고 만족도는 떨어졌다. 사회적 역량에 관한 학습 경험이 충분하지 않게 나타났으며 특히 '자기관리'나 '리더십' 분야의 학습경험이 적었다. 사회적 역량 진흥을 위해 시도될 수 있는 방안들 모두에 대하여 보통 이상으로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었고 그 중 '의료보험체계의 개선'과 '전공의 수련 제도의 개선'에 대하여 중요성을 높게 인지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기초연구의 결과는 의사의 사회적 역량의 진흥을 위한 여러 개입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한국 의사들이 의사로서 의료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임상적 역량과 함께 사회적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논문이다. 연구자는 연구를 통해 사회적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적인 개입과 함께 사회 제도적인 여려가지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향후 한국 의사들이 갖추어야할 사회적 역량을 위해 CME (continuing medical education)보다 확장된 의미로 CPD (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논문을 바탕으로 직역별(학생, 수련의, 교수, 봉작의, 개원의), 연령별, 전공별 사회적 역량 증진을 위한 연구의 첫 문을 연 의미 있는 논문이라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Figures and Tables

Table 1
Gender and age distribution of respondents
jkma-57-128-i001
Table 2
Necessity and satisfaction on each component of the social competence of a doctor
jkma-57-128-i002
Table 3
Learning experience on social competencies
jkma-57-128-i003

Values are presented as numbr (%).

Table 4
Importance of the element that possibly enhance the social competency of doctors
jkma-57-128-i004

Acknowledgement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National R&D Program, 'A study on research topics and supporting schemes for building social capacities for the medical profession (HI12C0488)' funded by the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Data collection (sending questionnaire by e-mail, receiving, and coding) was done by Hyundae Research Institute.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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