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List > J Korean Med Assoc > v.56(12) > 1042639

안 and Ahn: 한국 의학교육 평가인증제도의 한계

Abstract

Republic of Korea has experienced rapid economic growth over the last several decades. During this period, some medical schools have been founded with inadequate educational resources. Currently, the Korean medical faculties are frustrated due to the sense of inability to improve the quality of education provided by troubled medical schools. In fact, this phenomenon is a consequence of the reckless establishment of new medical schools. Unfortunately, the Ministry of Education, which claims to reserve the right to grant permission to establish new medical schools, cannot manage this situation either. The Ministry is very reluctant to endorse disciplinary measures based on the standards set by the accreditation agency; instead, it insists on using the court system. In East Asia, there is no history of self-regulation, and very often, the power of the government far exceeds that of professional organizations. This can create tension between an accreditation agency and the government. Even though the Korean Ministry of Education has created a new system recognizing the authority of the accreditation agency, it has not taken into account the specialized aspects of medical education. The government has also stated that only the law can mediate the regulation of low-quality education, so the standards set by the accrediting agency are not legally binding. Despite the good quality-control system that has been put in place for the last 13 years by the Korean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Evaluation the Ministry wants to have authority over any corrective measures. Republic of Korea may have achieved democracy at the macro-level, but this is a time when democracy should be implemented with regard to a specific constituency and an important issue.

jkma-56-1050-au001

서론: 부실 의대의 출현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충당한다는 미명 아래 의학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시설도 갖추지 못한 곳에도 의과대학 신설을 인가하였다. 의학과 의료가 가지고 있는 복합성과 복잡성의 특성은 의학교육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교무행정에 관한 사안도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일반대학과 의과대학의 교무행정은 그 절차와 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의과대학의 교무행정 담당자는 항상 소속 대학의 교무행정 보직자나 사무직원에게 의대의 특수성과 차이점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에 급급하다. 의학교육은 고비용과 고부담을 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의학을 교육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설과 인력의 충원이 요구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교육행정 전반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교육부조차도 의학교육에 대한 이러한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성의 결여로 초래된 부실한 신설 의대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학의 신설 인가는 대학의 설립자가 공익사업으로서 학교를 잘 운영하여 좋은 학생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식이다. 따라서 의과대학 설립 주체가 이와 같은 본질적인 목표에 위배되는 행위를 할 경우, 그것으로부터 초래되는 피해와 악영향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의과대학 설립 주체가 사회와 맺은 본연의 약속을 저버리고 파행적인 운용을 한다면 학생과 사회가 그로부터 초래되는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 그러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 서양의 경우 이미 중세에 길드를 통해 자율규제 문화를 발달시키고 정착시켜 왔지만, 동양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역사가 없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서양의 자율규제 문화 발달의 이유를 그들이 가진 종교적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말하자면, 원죄를 주장하는 서양의 기독교적 전통은 악행을 범한 경우에 대한 규제를 발전시켜 전문직 조직의 정치적 규범과 윤리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윤리가 포함하고 있는 실천적 외연은 법의 그것보다 넓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윤리적으로는 허용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부실 의대와 의학교육 평가인증(프로그램 평가)

현행 평가인증제도는 의학계 내부의 자체적인 열정과 노력으로부터 산출되었다. 의학계 전체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무분별한 의대 신설로부터 초래되는 파행적인 의학교육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기존 의과대학의 교육에 대한 질적 향상을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교육부는 대학 설립의 권한이 사회가 아닌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한 까닭에 교육부는 자율적인 규제도 또한 정부의 관료주의 범주 안에서 통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의 그러한 입장은 평가기구에 대한 심사 권한을 자신들이 갖도록 법제화하는데 이르게 된다. 그런데 교육부는 몇 년 전 의료인 교육기관에 대한 평가인증제도 의무화에 반대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그리고 그들은 평가인증제도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와 같은 입장은 학생 보호가 우선인지 설립 주체의 보호가 먼저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평가인증 의무화는 의료법을 통해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조항이다. 말하자면, 평가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의 졸업생은 의료인(의, 치, 간, 한)이 되기 위한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시한 2017년 시행 연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왜냐하면 2017년의 적용을 신입생 입학 년도를 기준으로 할지 아니면 졸업생 배출 년도를 기준으로 할지가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상의 허점을 틈타 부실 대학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정상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문제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특히 임상실습병원의 문제가 심각하다. 교육부는 부속 병원이 없는 의과대학의 경우 타 병원과 협력하여 교육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임시방편의 대응은 국립대학조차도 변변한 병원을 갖고 있지 못했던 시절에 만든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조항일 뿐이다.

평가인증과 교육부 기관인정

부실 의대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평가인증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부실 의대는 평가인증을 거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증이 지속적으로 유예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폐쇄조치조차도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것은 관리감독의 의무를 지고 있는 교육부조차도 부실 교육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로 부실 대학의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그저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려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부의 그러한 입장은 모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부실 의대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부가 법적 판단에 의존하여 부실 의대가 위법 사실이 없다면 제재를 취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자율 규제는 법적 판단에 앞서 윤리와 기준(standard)에 의거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교육부는 모든 것을 법에 의지하여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채 급한 일들을 졸속으로 처리하려는 임시변통의 법안을 발의하여 처리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근시안적인 방안은 결국 부실 교육에 대한 효과적인 방지 대책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쁜 결과를 낳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평가 인증에 대한 전문직 기구로의 권한 이양을 반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영국, 미국 등과 다르고 국민의 의식 수준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것을 그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교육부의 현재 방침은 이미 학과를 평가하는 프로그램 평가를 10년 넘게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평가인증기구에 대한 기관인정제도를 만들고 있는 현재 체제와도 반하는 정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실 대학에 대한 사태 처리도 매우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부실 대학에 대한 실사나 해결책에 대한 전문직 기구의 권유조차도 방치하고 있다. 평가기구나 전문직 단체의 개입에 대해 마지못해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의 의학교육 전문성의 결여와 일반대학교육의 시각으로 의학교육을 평가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편견은 현재의 기관 인정 심사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령, 의학교육 평가기구가 교육부의 기관 인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부실 대학에 대한 적절한 대처 방법은 찾을 수 없는듯이 보인다. 부실 대학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있는 현재 교육부의 해석으로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임상 실습이 부실한 대학은 신입생 모집 정지를 2년 내에 완성하는 새로운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으나, 정작 임상 실습의 부실 여부를 평가할 주체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지 않다. 현재 변호사에게 의뢰하여 임상 실습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는 기막힌 답변을 내놓고 있을 뿐이다. 부실 대학은 그 와중에도 편입생을 모집하였고, 이제는 수시 입학생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부실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에 대해 교육부와 의학계는 매우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부실 대학에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곧 좋은 대학으로 전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입학을 진지하게 문의하고 있다. 부실 대학을 가교로 삼아 상대적으로 쉽게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이러한 사태를 이용하여 좋은 대학으로 전학을 도모한다는 행태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침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 의과교육을 방지할 수 있는 선진 전문직 평가기구의 자율적인 평가인증제도에 대해 매우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론: 관치와 자율규제의 문화적 충돌

선진국은 의과대학 설립 당시부터 신설 대학에 대한 평가인증을 적용하여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가진 평가인증을 적용하였기 때문에 의과대학의 설립이 건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이 의과대학 설립을 이차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설립 주체에게 정치적으로 배려하거나 부패에 의한 기전으로 특혜가 주어지는 사례가 없었다. 의과대학 설립자와 설립을 인가한 교육부가 자율규제정신과 평가인증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부실 대학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하여 보인다. 의학교육의 복잡성과 복합성은 법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이러한 약점에 대해 완전히 대응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은 없어 보인다. 사회의 발전을 공무원 중심의 관치로 해결하려는 현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시사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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